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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에서 내려와 포장 박스를 옮기며)저의 전시 설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이 전시장에 들어오는 순간 작품과 마주칠 때, 작품이 가진 물성, 텍스처가 전시장에서 돋보이게끔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작품들이 한 장면 안에 포착될 때, 그것들이 가진 개성이나 표현 방식들이 뾰족하고 예리하게 보이길 바랍니다. 그런데 이번 전시에는 이런 점이 완전히 적용되기 힘든 것이, 전시장에 있는 네 작가들의 모든 작품을 컨트롤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Chunky Totem Series 3’는 앞서 말한 바를 충족하게 설치하되 나머지 두 아크릴 작품들의 경우에는 작품이 정면으로 관객과 마주하지 않더라도 관객이 작품들이 위치한 곳을 바라봤을 때 작품이 공간 전체를 점유한다고 느끼기보다는 부분적인 긴장감이 느껴지길 바랍니다. 먼저 'Chunky Totem Series 3'를 설치할 예상 지점에 포장된 박스를 옮길게요 설치를 시작해 보겠습니다.(안진선 작가의 도움을 받아 포장 박스에서 작품을 꺼내며)무거운 것들은 설치할 지점까지 가져가서 해체를 합니다. 지나치게 무겁기 때문에 박스에서 꺼낸 다음 옮기기가 쉽지 않아서요. 박스째 옮긴 후 포장 해체합니다.(전시장의 앞뒤로 이동하여 작품의 위치를 확인하며)지금 먼저 위치를 설정하고 있는 철제 좌대의 위치는 아직 확정 지은 것은 아니지만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봤을 때 계단에서 가까이 있는 것보다는 멀리 두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다시 작품의 위치를 수정하며)계단에서 내려온 관객과 가까이 위치하기보다는 멀리 있는 섬처럼 위치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아서 먼저 ‘Chunky Totem Series 3’를 설치하겠습니다. 바로바로 포장재를 치우는 게 저한테 중요하거든요. 작품의 크기가 포장재와 유사한 경우가 많아서, 공간 안에 포장재가 있을 경우 전경을 한눈에 살펴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바로바로 치우면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계속해서 전시장의 앞뒤로 움직이며 전경을 확인한다.)작품 하나를 설치하고 나서 계속 사방을 돌면서 전시장에서 작품이 어떻게 보일지 계속 관찰합니다. 도움! 안진선 작가님께 도움을 요청합니다. 제가 ‘Chunky Totem Series 3’를 들고 있는 동안 철판이 위로 보이도록 좌대 뒤집어 주세요.(‘Chunky Totem Series 3’를 움직인다.)지금은 철제 좌대의 높이를 바꿔보았습니다. 지금 고민하는 이유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덩어리의 부피와 좌대의 면적이 유사하고, 기둥이 전시장에 많기 때문에 수직적으로 유사한 느낌을 주어 단조로운 전경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작품 위치를 계속 조정합니다. 지금 고민하는 또다른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아까는 작품이랑 기둥의 부피가 유사했다면, 지금은 천장 높이에 비해 작품의 높이가 너무 낮아서 시점이 낮아져 작품이 작아 보이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전시장이 어떻게 채워질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은 지금의 높이를 고수하겠습니다. 또 고민 중인 것은, 저는 좌대가 사방이 막혀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불필요한 덩어리가 공간에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철판이 막혀있는 곳이 옆으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고민을 가진 채로 다른 작품을 옮겨 볼게요. 도움! 안진선 작가님께 도움을 요청합니다.(안진선 작가와 함께 ‘Reinforced Bar’를 전시장 한가운데로 옮겼다.)조금만 더 돌아주세요. 감사합니다. 전시장이 상당히 넓어서 'Reinforced Bar'의 긴 길이감이 별로 와닿지 않는 것 같아요. 'Reinforced Bar'의 경우, 매끈하고 투명한 질감도 중요하지만 저 작품이 가진 기다란 형태가 돋보였으면 좋겠기에 지금 위치를 변경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습니다.(‘Reinforced Bar’를 들어 전시장 안쪽 벽으로 옮긴다.)(전시장 가운데서 조명을 확인한다.)계속 전시장을 관찰해 보니까요, 아직 조명이 다 정해지지 않았지만 뒤쪽에 조명이 비치는 부분이 관람하기 좋은 장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관객이 들어오면서 작품을 잘 볼 수 있는 동선과 맞닿아 있어서 ‘Reinforced Bar’을 저 뒤쪽에 위치해 봤습니다.(안진선 작가의 도움을 받아 조명을 설치하였다.)좀 마음에 들어요. 저 뒤쪽은 천장이 내려와 있어서 조명이 살짝 가려지며 비치고, ‘Reinforced Bar’을 세워놓으니까 층고의 높이와 비교하였을 때 작품의 길이가 돋보이네요. 작품을 제작하면서 이것이 첨탑처럼 느껴지길 바랐는데, 눕혀있을 때보다 잘 표현되는 것 같아 맘에 듭니다. 그래서 조명을 다시 살펴보는데, 조명 위치도 마음에 들어요. 그런데 조명이 매립된 것처럼 보이는 이 구역이 기둥을 중심으로 두 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어요. 작품이 놓여 있는 부분만 조명이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왼쪽 영역의 조명을 탈착하겠습니다.(안진선 작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왼쪽 영역의 조명을 제거한다.)(계단에 올라가 전시장 전경을 확인한다.)도움! 안진선 작가님께 도움을 요청합니다. 저는 전시장에 항상 도우미를 부릅니다.(안진선 작가에게 조명 설치 도움을 요청한다. 핀 조명을 떼고 일자로 된 조명을 추가로 부착한다.)전시장 조명을 체크하기 위해서 도우미에게 부탁했습니다. 좋아요. 감사합니다. 아크릴 작품을 감싸는 포장 껍데기를 마지막에 제거하는 것이 아크릴 표면에 먼지를 방지하기 때문에 마지막에 제거하겠습니다.(계단 쪽으로 이동한다.)다시 관객의 동선을 체크해볼게요.(‘Reinforced Bar’의 앞으로 가서 조명을 확인한다.)마음에 들긴 드는데 조명이 100% 맘에 들지는 않습니다. 조명이 너무 작품의 상단 부분만 비추는 것 같아서 지금 핀 조명으로 조명이 비치는 영역을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계단 벽 쪽에 서있다가 ‘Forced Bar’를 ‘Reinforced Bar’의 왼쪽으로 옮긴다.)저의 계획은 지금 부착된 조명을 옆으로 옮기고 가운데 핀조명을 다는 것입니다.(안진선 작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핀 조명 두개를 설치한다.)그런데 별로 밝지 않죠. 핀 조명이 생각보다 밝기가 선명하지 않아서 다른 조명으로 교체하려고 합니다.(안진선 작가의 도움으로 핀 조명 두 개를 다른 제품으로 교체한다.)교체한 핀 조명이 더 선명하고 괜찮네요.(전시장 중간으로 이동한다.)조명의 밝기 위치를 보기 위해 멀리 나왔습니다. 도움! 안진선 작가님 도움 요청합니다. 조명을 최대한 아래로 꺾어주세요. 지금 조명이 80% 정도 괜찮아졌어요. 그런데 알전구의 특성상 아크릴에 반사되는 모양이 너무 동그랗고 할로겐처럼 빛이 세지 않아서 완벽하지 않지만 일단 보류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설치한 ‘Forced Bar’가 특정한 지점에서는 잘 안 보이고, 은근하게 보였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너무 전면이 가려져서 별로 좋은 위치가 아닌 것 같아요. 음.. 그런데 이쪽으로 움직여서 보면 또 나쁘지 않아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Forced Bar’는 일부러 아크릴을 휘게 했기 때문에, 기둥이랑 벽 사이에 구조적인 긴장감이 있는 곳에 위치하는 게 재밌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Reinforced Bar’를 감상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 곳으로 ‘Forced Bar’의 위치를 변경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계속해서 ‘Forced Bar’의 주변에서 작품의 위치를 확인한다.)아아.. 너무 ‘Forced Bar’를 기둥 뒤에 숨겨놓은 것 같아서 변경해야겠습니다. 조금 맘에 들어요. 그런데 잘못하면 작품이 무너질 수도 있고, 훼손될 수 있어서 무게중심을 잘 잡아야 할 것 같아요.(‘Forced Bar’의 위치를 살짝 조정한다.)왜 마음에 들었냐면, 저 오른쪽 작품의 제목이 ‘Reinforced Bar’이고, 강화 철근을 뜻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왼쪽에 방금 설치한 것은 ‘Forced Bar’이고, 압력을 받은 기둥이라는 의미입니다. 기존에 있는 ‘Reinforced Bar’라는 단어의 유희적인 표현이에요. 그래서 ‘Forced Bar’는 이름처럼 작품이 압력을 받은 것이 느껴졌으면 좋겠고, 전체적으로 작품이 있는 공간이 힘의 압력과 장력이 느껴졌으면 좋겠거든요. ‘Forced Bar’의 길이가 조금 더 길었으면 좋았겠다 생각이 들어요.(‘Forced Bar’에서 멀어지며)그리고 위치는 괜찮은데 너무 어두워서 조명을 또 달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 조명을 제거하면서 의도했던 ‘Reinforced Bar’의 밝기 조건을 해칠까 걱정이 되네요.(‘Chunky Totem Series 3’의 위치를 안진선 작가의 도움을 받아 살짝 조정한다.)‘Forced Bar’의 위치는 저기가 최선인 것 같아요. 저 위치에서 조명을 살리는 게 좋겠네요. 촬영 중인 카메라 때문에 명확히 전경이 어떤 느낌인지 파악하기 어렵지만, 저 두 작품을 여러 각도에서 확인해 보니 맘에 들어요. 근데 좀 ‘Forced Bar’가 길거나, 전시장의 층고가 낮으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고요.(‘Reinforced Bar’를 더 가파르게 세워본다.)보다 보니까 두 작품의 형태적 대비를 좀 더 강조하기 위해서 ‘Reinforced Bar’를 더 세우는 게 어떨까 생각이 들어 세워봤습니다. 그런데 별로 차이가 없네요.(‘Reinforced Bar’의 각도를 원래대로 되돌린 뒤 모서리가 정면을 보도록 움직여본다.)‘Reinforced Bar’를 모서리가 더 보일 수 있도록 해보려고 했는데 무게중심이 안 맞아서 안되네요. 다시 원래대로 하겠습니다.(‘Reinforced Bar’를 다시 원상 복귀 시키며 무게 중심을 조정한다.)(전시장 안쪽 벽으로 이동한 후, 안진선 작가의 도움을 받아 중길이 볼트의 조임을 조정한다.)‘Reinforced Bar’의 벽에 닿는 부분인 중길이 볼트의 길이가 서로 안 맞아서 수정하고 있어요.(전시장 메인 카메라 앞을 지나며)이제 남은 것은 ‘Forced Bar’의 조명과 ‘Chunky Totem Series 3’입니다.(계단 쪽으로 이동한 후 ‘Chunky Totem Series 3’의 위치를 확인한 후 벽 가까이에 놓인 철제 좌대를 다시 들고 ‘Chunky Totem Series 3’로 이동한다. 안진선 작가의 도움을 받아 ‘Chunky Totem Series 3’의 위치를 움직인다. 전시장 안쪽으로 걸어가 ‘Chunky Totem Series 3’의 위치를 또 한 번 확인하고 나서 다시 위치를 조금 변경한다.)도움! 안진선 작가님, 도움을 요청합니다.(계속해서 안진선 작가의 도움을 받아 ‘Chunky Totem Series 3’의 위치를 조금씩 조정한다.)좌대를 눕혀 ‘Chunky Totem Series 3’를 올려놓은 것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아서 계속 좌대의 방향을 바꾸고 있어요. 저 철판 좌대가 너무 기능적인 좌대로 보이는 것이 약간 마음에 걸리거든요.(다시 ‘Chunky Totem Series 3’ 앞으로 다가가서 ‘Chunky Totem Series 3’를 거의 한 바퀴 돌린 후 뒤로 나와 전경을 확인한 후 다시 되돌린다.)지금 고민하고 있는 것은 ‘Chunky Totem Series 3’를 좌대 없이 바닥에 놓는 것인데, 작품의 높이가 너무 낮아서 망설이는 중입니다. 좌대를 빼고 바닥에 한번 내려볼게요.(안진선 작가의 도움을 받아 좌대를 빼고 ‘Chunky Totem Series 3’를 전시장 바닥에 놓는다.)예상한 대로 너무 낮아요.(손으로 카메라를 가린 채 전경을 바라보며)카메라가 없다고 생각하고 전경을 봐야 할 것 같아요. ‘Chunky Totem Series 3’의 방향을 한번 바꿔보겠습니다.(‘Chunky Totem Series 3’의 방향을 바꿔가며 살핀다. 작품에 앉은 먼지를 털어낸다.)전시장 전경의 색감을 고려했을 때는 좌대가 없는 게 좋은데 ‘Chunky Totem Series 3’을 관객이 관람하는 모습을 가정할 때 관객의 시점이 너무 아래로 떨어지게 되어 고민이네요. 지금 전시장 대비 작품의 크기가 너무 작아 보여서 다소 공허해 보이고요. 좌대를 놓는 게 낫겠습니다. 너무 높이가 … 도움! 안진선 작가님 도움 요청합니다. 좌대 고정을 도와주시겠어요?(안진선 작가의 도움을 받아 좌대를 다시 가져와 ‘Chunky Totem Series 3’ 밑에 설치한다.)높이도 지금이 괜찮고, 저 좌대가 작품의 크기를 크게 보이게 하는 것도 있어서 이렇게 하는 것이 낫겠어요.(다시 ‘Chunky Totem Series 3’의 방향을 돌린다.)지금 돌린 방향은 너무 산맥 같고요. 구상적인 형태를 만들었지만 그것이 한눈에 파악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방향을 바꾸고 있어요. 너무 구체적인 그림 패턴이 보여서 계속 돌려가면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지금 각도와 아까의 각도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지금의 각도는 구체적인 형상이 살짝 가려진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세 작품을 한눈에 봤을 때, ‘Chunky Totem Series 3’가 나머지 두 작품(‘Forced Bar’, ‘Reinforced Bar’)과 결이 다르다는 것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아서 좋고요.(다시 ‘Chunky Totem Series 3’의 방향을 돌린다.)이건 너무 화려한 것 같고…(다시 ‘Chunky Totem Series 3’의 방향을 돌린다.)이게 주로 이전 전시에서 보여주려고 했던 작품의 포인트 시점이였다면 역시 이번 전시에서는 덜 강조되는 것이 좋겠습니다.(다시 ‘Chunky Totem Series 3’의 방향을 돌린다.)이 전시에서는 작품들이 조금 더 구상적 형태를 명확히 갖추기 보다 좀 더 건축재의 부산물 혹은 건축재로 보이면 좋겠고요. 마지막으로 ‘Chunky Totem Series 3’에 조명을 달아야 할 것 같습니다. 작품 재료가 석고기 때문에 일자형 조명이 더 자연스러울 것 같아요. ‘Chunky Totem Series 3’에는 콘트라스트가 강하지 않거나 살짝 어두워 보이는 조명이 석고가 가진 질감과 색감을 더 잘 보여주는 것 같아서 보통 밝기의 일자 조명으로 하겠습니다.(안진선 작가의 도움으로 ‘Chunky Totem Series 3’ 위에 조명을 부착한다.)조명 마음에 들어요. 마지막으로 고려할 것은 두 작품(‘Forced Bar’, ‘Reinforced Bar’)에 옅게 표현된 글자를 어떤 방향에서 보이게 하는지 선택하는 것인데요. 조명이 ‘Reinforced Bar’에 새겨진 ‘reinforced’라는 글자의 위치에 딱 비쳐서 그 부분을 돋보이게 해줍니다. 반면, ‘Forced Bar’의 경우엔 ‘forced’라는 글자가 하단 부분에 각인이 되어 관객이 그 글씨를 읽을 때 불편할 수 있습니다. Forced Bar의 상단과 하단을 뒤집어 설치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한번 해볼게요.(‘Forced Bar’의 상하를 뒤집어 놓는다.)방향을 바꾸니까 마치 형태가 구겨진 담배꽁초 같아서 별로네요. 방금 전 설치는 이 건물과 공간 안에서 이 작품이 힘을 받았다 이런 것들이 안 보였어요. 그렇다면 ‘Reinforced Bar’ 쪽에서 ‘Forced Bar’를 바라보았을 때 글자가 보일 수 있도록 방향을 틀어보겠습니다.(‘Forced Bar’의 방향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린다.)아.. 더 안 보이고 어정쩡해서 원래대로 하겠습니다.(‘Forced Bar’를 다시 되돌린다.)이 위치가 더 안정적인 것 같고요. 안타깝게도 바닥에 칠해진 저 페인트가 거슬리는데 어쩔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포장재 제거와 먼지 제거는 전시 오픈 직전에 하는 게 낫겠습니다. 아크릴의 특성상 계속 먼지가 붙기 때문에 최대한 마지막에 손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디스플레이가 완벽히 고정된 것은 아니지만 부속의 연결 부분을 확인해 주고요.(작품의 볼트와 너트를 조여준다.)왜냐하면 이런 볼트와 너트로 짜인 구조물들은 충격을 받으면 연결 부위가 쉽게 풀립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조립하기가 굉장히 까다롭기 때문에 한 번 더 연결 부위를 확인해 줍니다.(전시장 중앙에서 전경을 바라본다.)설치가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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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앞에 서서 기준을 말한다)작업을 설치할 때 첫 번째로 어디에서 봐도 조화로운 모습을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관객 동선입니다. 관객이 들어올 때 가장 임팩트 있는 동선을 선호합니다.(합판을 옮기면서 말한다)작업을 가져올 때 재료를 많이 가져오는 편이에요. 선택해서 사용하고 재료의 반 정도는 다시 돌려보냅니다.(합판 옆에 합판을 덧붙인다)설치를 매력적으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슬리지 않게 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김슬기 작가의 석고 작품 앞에 합판을 놓는다)이번에 총 4종류의 재료를 가져왔는데, 재료들은 모듈형이고 서로 제작 연도와 관계없이 연결될 수 있습니다. 이런 재료의 특성이 제 작업에 확장성을 가지게 한다고 생각합니다.(계단에 올라가 본다)작품에서 전체적인 자리를 잡은 후에 높이를 설정하는 편이에요.(벽에 합판을 기대어 둔다)이번 전시 공간은 기울어진 벽이 마음에 들어서 벽을 이용할 생각입니다.(긴 합판 쪽에 조명을 설치한다)전작의 재료가 다음 작품의 재료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재료가 다음 작품에 계속해서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래서 조립할 수 있는 카펫이라든지 재단할 수 있는 것을 사용하고, 다시 구하기 힘든 재료를 사용하지 않아요. 하얀 전시 공간에 나무 합판이 들어오니까 마치 공간을 다시 만드는 느낌입니다.(설치한 작품 주변을 맴돈다)설치를 할 때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는 걸 좋아합니다.(사다리 위에서 조명을 설치하면서 김슬기 작가에게 도움을 청한다)슬기님, 조명 바꿔주세요.(커팅 매트 위에서 카펫을 칼로 자른다)카펫을 잘라서 사용할 생각입니다.(벽과 합판 사이 빈틈에 자른 카펫 조각을 끼워 넣는다)카펫을 잘랐는데 아주 만족스러워요.(합판 아래에 파이프를 넣어 경사를 만든다)이번에 가져온 합판과 파이프는 ‘Temporary Land’의 구성 재료입니다. 옮겨질 예정이라는 점에서 어디서도 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제작했습니다.(실리콘으로 마감한 파이프 위에 실리콘이 없는 파이프를 올려 경사를 맞춘다)높이를 주기 위해 파이프를 가져왔습니다. 이 파이프도 고정된 높이가 아니라 한 줄 한 줄 쌓을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미끄러운 쇠 파이프에 실리콘을 발라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만들어 서로 쌓았을 때, 위에 무언가 올렸을 때 미끄러지지 않습니다.(계단 위에 올라갔다 합판을 들고 내려온다)제가 사용하는 재료들은 도시와 건물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아직 짓고 있는 건물이나 공사장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것을 미완성으로 보이지 않게 하는 조건은 잘 맞춰진 각입니다. 그래서 설치를 하고 나서 전시장을 깨끗이 청소하고 마감하는데 많은 시간 씁니다. 오늘도 기둥에 있는 까만 얼룩을 없애야 할 것 같아요. 작품에서 굉장히 안정적인 형태를 선호하는데, ‘Temporary Land’는 제목부터 가변성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 기간 동안 옮겨진다고 생각하니 평소에 집착했던 설치랑 좀 다르게 될 것 같기도 하네요.(바닥에 있는 합판의 열을 맞춘다)신작을 구상할 때 높은 형태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항상 결과물을 보면 바닥에 가까워서 그게 취향인지 설치의 한계인지 고민이 됩니다.(합판 사이에 파이프를 끼워 넣는다)실리콘을 붙인 파이프와 붙이지 않은 파이프를 모두 가져왔는데, 그 이유는 미세한 높이 조절을 위해서입니다. 실리콘을 전시장에서 바로 사용할까 생각했지만, 모두의 건강을 위해 가져오지 않았습니다.(바닥에 있는 합판을 다른 벽면으로 옮긴다)작년까지만 해도 고집처럼 어떤 단단한 형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제 생각이 달라진 건지, 환경의 변화인지, 이 전시의 영향인지 더 유동적이고 약간 불안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전시장 중앙에 합판의 열을 세운다)지금 쌓는 합판은 전작에서 보여준 모래 블록의 확장형이라고 볼 수 있어요. 모듈형 형태의 단점은 하나를 옮기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계단에 앉아서 전시장으로 보면서 말한다)지금도 먼저 설치된 김슬기 작가 작품을 충분히 침범할 수 있지만, 내일 침범하기 위해서 아껴두려고 합니다. 아까 조화롭게 설치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 조화라는 건 공간 전체를 자연스럽게 아우르는 느낌을 말하는 것 같아요. 설치를 처음 할 때는 자유로운 형태, 들쭉날쭉한 부분을 남겨두는데 막상 마무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가위로 종이 끝을 잘라내듯 각을 맞춰버리고 싶다고 생각해요.(전시장 뒤쪽 기둥에서 보고 카펫을 더 쌓는다)지금 전시장 입구에서 본 장면은 마음에 들지 않는데, 안쪽에서 보는 구도는 마음에 들어서 간격만 조절하면 될 것 같아요.(합판 아래 삐져나온 파이프 각을 맞춘다)결국은 들쭉날쭉한 파이프를 같은 길이의 파이프끼리 정리하고 있습니다.(쌓아둔 카펫을 옮긴다)파이프로 높이 조절하는 것에 한계가 있어서 카펫을 사용해서 높이 조절하겠습니다.(전시장 모서리 쪽 카펫의 열을 맞추면서 말한다)2018년도에 이 카펫 재료를 선택할 때는 사무실같이 안정적인 공간을 만들 때 사용하는 재료라고 생각해서 사용했는데, 어느 날부터 강아지를 기르는 집에서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이 재료를 여러 번 다시 쓰려고 생각하다가도 못쓰게 되었고, 지금도 넓게 펼쳐서는 사용을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건조한 사무실 공간의 느낌이 아니라 따뜻한 가정집의 재료가 되어버렸습니다.(카펫을 더 가져와 쌓는다)이 빨간색 카펫은 높이 조절용으로는 상당히 비효율적입니다. 무겁고 높이 자체는 얇고 큰 효과가 안 나타나요. 대신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얇은 높이를 조절할 수 있어요. 아직 효율적인 재료를 찾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기 있는 모든 재료가 효율적인 재료는 아닙니다.(전시장 곳곳에 펼쳐둔 합판과 파이프를 회수하고 있다)지금 펼쳐놓은 재료 중에 반 정도 회수하고 있습니다.(설치된 조명 아래 합판의 열을 맞춘다)저는 개인적으로 핀 조명을 선호하지 않아서 이 공간의 조명이 마음에 듭니다. 핀 조명을 쓰면 너무 하나의 조각품이 되는 것 같아서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는 조각품보다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계단 쪽에서 전시장을 바라보면서 말한다)설치를 마무리할 때는 딱 맘에 드는 설치를 찾았다기보다는 이쯤 되면 그만해야겠다 하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합판을 회수한다)기껏 다 설치하고 치우는 과정이 반이라서 피곤하기도 하지만, 치우려고 펼쳐 놓는다고 생각해요.(전시장 중앙에 놓인 파도 형태의 합판 높이를 파이프로 조절한다)합판과 각 재료와 작업이 지난 작업과 비교되도록 만듭니다. 모래조각의 유동성과 합판은 유사한 형태로 흐르고 있습니다.(전시장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쪽에 모래조각을 둔다)작품을 바닥에 자주 놓다 보니까 관객이 작품을 밟지 않도록 울타리를 치게 됩니다. 갖다 놓았는데 썩 맘에 들지는 않네요. 이거는 밟아도 어쩔 수 없겠습니다.(장갑을 벗으면서 말한다)벽을 마감할 시간이 없었지만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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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위에서 설치를 시작한다.)내일의 침범을 위해서 작가님들이 맥락 지어놓은 것 주변으로 바리케이드를 치듯이 이전에 설치하셨던 작가님들의 작업 주변으로 설치를 해볼 예정입니다.(버드 스파이크를 집어 들어 진선의 모래조각 앞에 스파이크를 놓았다.)자연광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공간에서 버드 스파이크를 설치해 보는 것이 처음입니다.(다시 계단 위에 올라가 공간을 관찰한다.)제가 약간 우려했던 점과 같이 인공 빛이 있는 공간에서는 버드 스파이크가 바닥에 접지되어 보이지 않고 좀 더 사물의 목적에 알맞게 보이는 것 같아서, 그런데 그게 설치될 때는 좋아 보이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내용적으로는 접지되지 않은 게 마음에 드는데 설치에서는 돋보였으면 좋겠네요.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방식으로 설치를 해보겠습니다.(오아시스를 하나 꺼내 버드 스파이크 아래에 배치한다.)제 작업 또한 굉장히 모듈형 이여서 바로 이전에 설치했던 진선 작가님의 작업과 잘 접붙여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래 대비되는 물성을 놓아도 바닥에 접지되지 않는 것이 보여 마음에 듭니다.(식칼을 꺼내 ⅓ 오아시스를 잘랐다.)이건 그냥 식칼이에요. 그래서 나중에 전시장을 좀 더 꼼꼼히 치워야겠지만 식칼로 자를 겁니다. 너무 먼지가 많이 나요. 계속 먼지가 많이 난다면 식칼로 자르는 것을 이용하지 않을 것 같아요.(얇은 철사를 ⅓ 오아시스에 조심스럽게 꽂았다.)제 작업 안에서 조금 더 가공된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이번엔 철사에 한번 스프레이를 뿌려 봤어요. 제가 기존에 잘 사용했던 필라멘트 색상과 같은 색의 철사를 꽂아 봤습니다.(3D 펜으로 만든 조각을 꺼내 얇은 철사 옆에 꽂았다.)그리고 제 조각은 파일 안에 담기는데 엄청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엔 의도적으로 이 쓰리디 조각들을 이 오아시스에 잘 설치할 수 있는 형태로 가져왔어요.(기다란 작업 중 하늘색을 내려놓고 파란색을 들고 공간을 탐색했다.)제가 이걸 제작한 환경은 조금 층고가 낮아서 전시장의 층고를 상상하면서 제작을 해봤습니다.(계단에 올라가서 공간 확인했다.)뭔가 계단 위에 올라오니까 걸기 쉬운 눈 앞의 관이 보여요. 하지만 조금 더 다른 곳을 찾아보겠습니다.(3D 펜 작업을 아크릴 판위에 올렸다.)앞선 작가님들의 작업에 연쇄해서 설치가 나아갈때는 바로 작업이 보일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조금 더 흐름을 이어나가기 위한 작업을 설치 방식을 찾아보겠습니다.(왼쪽 벽 근처에 버드 스파이크 비치 후 계단에 올라 확인했다.)멀리서 보면 인지할 수 없는 게 정말 신기하고 마음에 들어요.(아크릴 판을 철심이 올라와 있는 바닥에 비치했다.)여기 바닥에 철심이 세 개가 있어서 여기에 뒤집어 아크릴 판을 올려놓습니다. 균형은 안 맞는데 뭔가 철심이 높이를 만들어내는 게 마음에 들어요. 지금 제 작업(3D 펜 조각)으로 설치를 쌓아가봅니다.(아크릴판을 알루미늄판 사이에 기대어 비치 후 계단에 올라가 확인했다.)좀 더 적극적으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해봅니다. 그리고 전시 기획 초반에 서로 작가님들과 신작 이미지를 공유하였기 때문에 전시장 안에서 긴 형태의 설치를 의도 해서 알루미늄 판을 버드 스파이크가 지지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려고 합니다. 아주 잘 지지되었습니다. 높이를 줘서 지지를 시켜봐야겠습니다. 판재끼리의 구조를 짜려고 하지 않았는데 뭔가 그전에 판재들을 맞붙여놓는 작업의 방식이 생각나서 그 방식으로 설치하고자 합니다. 인공광에서 처음 이 지류를 설치하게 되었는데 보이는 색상이 어떨지 궁금합니다.(알루미늄판 보호필름 제거 후 왼쪽 벽면에 비치했다.)알루미늄 잔가루가 너무 많이 붙어있어서 필름을 떼려고요. 지류를 재단하려고 했는데 공간 안에 들여와 보니 아마추어 개인이 재단하는 것을 포기하는 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버드 스파이크가 제 눈에도 잘 보이지 않아서 주의를 많이 기울여야 될 것 같아요.(3D 펜 작업 정전기를 활용하여 벽에 붙이려다가 알루미늄판 밖으로 튀어나오도록 비치했다.)쓰리디 조각을 바로 제작한 직후에는 정전기가 강해서 벽에 잘 달라붙어 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나 정전기가 약해졌네요.(움직이다가 버드 스파이크를 쓰러트려 버드 스파이크를 다시 복구했다.)일을 치고 말았습니다.(하늘색 긴 작업을 가지고 계단 위로 올라가 공간을 확인했다.)처음에는 천장에 라인을 잡아서 올리려고 했는데 그렇게 하면 균형이 깨져버릴 거 같고, 천장에 튀어나온 선들을 이용해서 설치하려고 합니다.(하늘색 긴 작업을 다시 매만졌다.)생각보다 작업의 길이가 길지 않네요. 그래서 조금 더 덧대어 보려고 합니다.(하늘색 긴 작업에 다른 하늘색을 추가로 연결해 더 길게 만들었다.)그리고 내일 바뀌겠지만 이 앞의 구조물을 한번 따라서 아까 언급한 것처럼 바리케이드를 치려고 합니다. 도움! 일단 십 분만 더 추가하겠습니다. 제가 어젯밤에 지류를 평평하게 해 놓았으나 아직 끝이 조금 말려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왼쪽 벽 버드 스파이크 근처에 지류를 5장 연속해서 깔았다.)판재로 바리케이드를 칩니다.(철사를 조각낸 오아시스에 여러 개 꽂았다.)이 철사도 버드 스파이크랑 유사하게 보여서 신기한 것 같아요. 형태적인 유사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 같습니다.(계단에 올라가서 공간을 확인했다.)하지만 이마저도 2m쯤 뒤로 물러서면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진선님 나무판 옆에 비치한 3D 펜 조각 바로 옆에 긴 하늘색 비치한 후 지류 위에도 3D 조각 추가 비치했다.)10분이 남았나요? 그렇다면 바리케이드를 조금 더 치도록 하겠습니다.(진선님 나무판 옆에 비치한 3D 펜 조각 바로 옆에 긴 하늘색 비치, 지류 위에도 3D 조각 추가 비치했다.)3D 펜 조각을 만들 때 앞에 선행된 조각을 가이드 삼아서 제작했더니 칠교 조각처럼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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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에서 내려와 전시장 앞에서 서서 규칙 설명한다.)저는 전시 공간 속 관객의 동선을 따라 기승전결의 서사가 펼쳐질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를 합니다.(전시장 안으로 걸어간다.)제가 마지막 순서이기 때문에 작가님들이 미리 만들어주신 서사를 따라가보겠습니다. 그 서사 안에서 제 작업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하려고 해요. 먼저 안진선 작가님이 나무판을 사선으로 기울어지게 놓은 모양이 작가님께서 자주 사용하는 ‘불안의 땅’이라는 키워드와 맞닿아있다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저의 ‘가족 생태-나열하기’ 작업을 안진선 작가님의 작업 ‘불안의 땅’ 아래에서 출발해 전시장을 가로지르는 형태로 놓아보려고 합니다.(‘가족 생태 - 나열하기' 길게 펼친다.)불안을 가로지르는 생태 요소라고 서사를 만들 겁니다. ‘가족 생태 - 나열하기' 작품의 한쪽에는 시각적 기호 언어가 있고, 반대쪽에는 문자 언어가 있어요.(롤지 형태의 작업 ‘가족 생태 - 나열하기'를 들고 전시장 뒤쪽으로 향한다.)시각 언어와 문자 언어 중 무엇을 노출할 것인지 고민이 많이 되는데요.(전시장 뒤쪽에서부터 롤지를 길게 늘어뜨리며 앞쪽으로 향한다. 안진선 작가와 홍예준 작가의 작업을 지나쳐 간다.)나중에 벽에 붙일 ‘가족 언어 베끼기’ 작업에 글자가 많아서 ‘가족 생태 - 나열하기’는 이미지 언어를 드러내면 좋을 듯합니다.(말을 멈추고 계속해서 롤지를 펼치며 이동한다. 김슬기 작가의 작업 ‘Chunky Totem Series 3’를 둘러 그 뒤쪽 안진선 작가의 작업 ‘Maps Installation - Carpet’에 도달하여 그 아래에 롤지 끝을 숨긴다. 홍예준 작가의 작품 ‘Surging Slits.2’의 밑으로 롤지의 일부를 고정하고, 전시장 계단 앞으로 이동하여 전시장을 응시한다.)이 롤지에 나열된 생태 요소들은 다른 작가님들의 작품을 스쳐 지나가거나 가로지릅니다.(포장재에서 모빌 형태의 작업 ‘가족 생태 - 균형잡기'를 꺼낸다. 작업을 꺼내자 온풍기 바람에 모빌들이 흔들린다. 모빌을 매만지며 말한다.)모빌들이 바람에 날라가요. 종이 작업은 가볍기 때문에 냉난방 바람에 취약하고, 관객들의 움직임에도 취약해요. 그래서 크게 애쓰지 않아도 너무나 쉽게 움직이고 변이됩니다. 이 모빌 작업의 경우에도 너무 예민해서 잘못하면 이것들이 다 엉켜버려요. 그래서 천천히 핸들링하고 있습니다.(모빌을 들고 사다리에 올라가서 천장에 모빌을 고정한다.)임시 고정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가족 생태 - 균형잡기’는 ‘가족 생태 - 나열하기’ 끝부분에 배치했어요. 가족 생태 요소가 순서대로 나열되다가 균형을 잡기까지는 여러 가지 과정이 필요합니다. 관객들도 그 과정을 겪은 후에 ‘가족 생태 - 균형잡기’ 작업과 마주할 수 있도록 전시장 안쪽에 설치하겠습니다. 다른 전시에는 모빌을 압정으로 고정하거나 나사를 사용해서 고정했었는데요. 이번 전시에서는 이후 작품의 위치를 옮기기에 용이하도록 양면테이프로 고정하겠습니다.(천장에 달려 있는 모빌의 상태를 확인한다)모빌이 조금 높게 달린 것 같아서 이후에 낚시줄을 좀 더 길게 조정해야 할 것 같아요.(모빌의 다른 부분을 들고 이미 설치한 모빌 옆 사다리 가까이 간다.)홍예준 작가님, 사다리 좀 옮겨주시겠어요? 저도 홍예준 작가님처럼 전시 공간 천장의 기존 구조를 이용해서 모빌을 매달아야 할 것 같아요.(모빌을 배관에 추가로 설치하며 말한다.)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제 작업을 옮기면 어떨까 궁금해요. 홍예준 작가님 사다리 이동 부탁드릴게요. 제가 여기서 올라가게 해주세요. 조금만 안쪽으로 옮길게요. 모빌이 여러 조각으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따로 분리해서 설치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우선 작품의 원형에 가깝게 한 덩어리로 보이도록 설치를 하겠습니다.(다시 사다리 위로 올라간다.)난방을 틀어서 모빌이 정말 많이 움직여요. 예전에 개인전에서 이 작업을 했을 때는 관객들의 접근으로 모빌이 움직이도록 냉난방을 하지 않는 계절에 전시를 했어요. 이번 전시 경우에는 그걸 고려하지 않았는데요. 전시장이 열려있는 동안에는 난방을 틀기 때문에 관람 시간 동안에는 모빌이 움직일 거라 예상돼요.(모빌을 바라본다.)난방기 가까이에 모빌을 설치하니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이 장면을 관객이 동영상 촬영을 했으면 좋겠네요.(모빌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걸어가 모빌을 응시한다.)멀리서 보니까 전시 공간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컬러가 사라져서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것처럼 느껴져요.(다시 모빌 쪽으로 다가와 사다리를 옮긴 후에 사다리에 올라간다.)천장이 너무 높습니다. 원래 붙이려고 했던 곳이 너무 높아서 고민이에요. 너무 높아요. 너무 높아서 모빌도 위치도 높아지고 관람이 어려울 것 같아서 원래 붙이려고 했던 곳을 포기해야겠어요.(홍예준 작가와 함께 사다리를 옮긴다.)안진선 작가님의 작업 위로도 균형 잡힌 생태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어서 이곳에 모빌을 설치하려고 합니다.(모빌을 천장에 매달고 내려와 바라본다.)모빌이 천장에 가깝게 매달려 있으니까, 모빌 아래로 관객들이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이 좋아요. 이전 디스플레이에서는 모빌 주변을 관객이 맴도는 형태였거든요. 사다리를 치워볼게요.(트레이싱지가 들어 있는 상자를 연다.)그럼 이제 ‘가족 언어 - 베끼기’를 붙이도록 하겠습니다. ‘가족 언어 - 베끼기’의 본래 형태는 벽면 구석에 위치하여 곰팡이처럼 언어들이 피어나는 것이에요.(트레이싱지를 두 장 정도 들고 전시장을 돌아다니다. 안진선 작가의 ‘Maps Installation - Carpet’ 작업 위쪽 변면에 트레이싱지를 부착한다.)우선 작업의 원형에 가깝게 벽면 구석에 언어들을 붙이도록 하겠습니다. 이걸 붙이는 작업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오늘 제가 주어진 시간 안에 몇 장이나 붙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전시장 벽면 곳곳에 트레이싱지를 붙이며 말한다.)전시장을 가로지르고 있는 롤지에 적혀있는 각종 언어들이 이곳에서 추출되었습니다. 사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벽면에서 언어들이 피어올라야 하는데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적어요.(김슬기 작가의 ‘Forced Bar’ 근처 벽에 트레이싱지를 붙인다.)관객들이 이 언어를 읽기 위해서는 굉장히 낮은 자세를 취해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해서 읽는 관객이 몇 명이나 될지 모르겠어요. 이 언어들을 읽게 되면 제 작업의 서사가 적극적으로 드러나게 되는데요. 그래서 편하게 읽히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아요. 너무 많이 드러나는 서사는 조금 위험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트레이싱지가 들어있는 상자를 들고 전시장 창고 옆으로 간다.)제가 가장 붙이고 싶었던 곳으로 갈게요. 원래 곰팡이는 구석진 곳에 피어나잖아요. 저는 구석에 이 작업을 배치하고 싶었어요.(트레이싱지를 구석에 붙이며 말한다.)어둡고 습한, 쾌적하지 않은 환경에서 우리는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 더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언어들을 곰팡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제가 찾아야 했던 언어들은 쾌적하지 않은 환경 안에서 찾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시 공간에서 가장 쾌적하지 않은 이곳이 이 작품을 설치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에요. 남은 시간을 전부 활용해서 이 구석진 곳을 언어로 채워볼게요. 이 언어들이 지속해서 저에게 영향을 주기보다는 그 순간에 저에게 큰 영향을 끼쳤고 그 순간이 지난 이후에는 저는 또 다른 언어를 찾기 위해 이 언어들을 잊어버립니다. 전시 기간 도중에 이 종이가 떨어져서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면 상주하는 작가님께서 그것을 치워주세요. 더 이상 붙어있지 않은 언어를 억지로 다시 붙일 필요는 없습니다. 원래는 천장에도 붙이고 싶었는데요. 시간이 부족해서 최대한 손 닿는 곳에 붙이도록 하겠습니다.(계속해서 트레이싱지를 부착하며 말한다.)트레이싱지를 작가님들의 작품 옆에 자연스럽게 붙이게 되는데요. 가족 언어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작가님 작품 옆에 있으면 마치 이 언어들이 옆에 있는 작품들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한 공간 안에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오해만으로 볼 수는 없을 것 같아요.